제너럴닥터 정제닥의 당연하지

2화 그런걸 먹었으니 설사 하는게 당연하지

by 정제닥
  • 어젯밤부터 속이 좀 부글거리나 싶더니, 폭풍설사가 쭉쭉 나와요. 속도 아프고...

  • 아이고, 설사를 얼마나 하신 거에요?

  • 어젯밤부터 한 3번 했어요.

  • 어제 저녁에 뭘 드신 거에요?

  • 특별한 건 없어요... 낙지 볶음에 술 한잔 하기는 했는데, 낙지가 상한 걸까요?

  • 낙지 많이 매웠어요?

  • 네, 좀 맵기는 했어요. 워낙 매운 음식 못 먹는 편은 아니라, 괜찮겠지 싶었는데..

  • 매운 음식 때문에 설사가 나는 것 같은데요.

  • 식중독은 아니고요?

묽은 변 때문에 병원에 찾아 오는 분들이 많아요. 저처럼 과민성 대장증후군을 달고 사는 사람 입장에선, 묽은 변은 내 인생의 동반자랄까? 왠지 형태가 갖추어진 변을 보면 어색해요.

하지만 늘 형태를 갖춘 대변을 보셨던 분들(?)이라면 갑작스러운 묽은 변이 몸의 이상 징후라고 생각이 되어서 병원에 찾아오지요.

병원에 와서 가장 많이 요구(?)하시는 건, 이 설사를 일단은 멈추게 해 달라는 거에요. 배도 부글부글 하고, 사르르 아프기도 하고, 기운도 없고 하니 설사가 빨리 멈추면 좋겠지요. 그럴 때마다 제가 드리는 말씀은 이겁니다.

내 몸이 다 이유가 있어서 설사를 하는 거에요

약을 먹어서까지 빨리 멈추게 해야 하는 설사도 있지만, 많은 경우엔 어느 정도 시간이 지나면 설사가 자연스럽게 멈추게 되요. 그때까지 몸에서 수분이 과하게 빠져나가서 탈수되지만 않도록 충분한 수분 섭취를 해주면 되요.

의외로 일상적으로 먹는 음식들 때문에 자극이 되어 일시적으로 설사를 하는 경우가 많아요. 묽은 변이 나온다면, 내가 직전에 어떤 음식을 먹었는지 확인해보도록 해요. 음식 자체가 설사의 원인일수도 있으니까요.

물론, 세균이나 바이러스 때문에 장염이 생겨서 설사를 하는 경우들도 있고, 저절로 멈추지 않는 설사도 많아요. 아래와 같은 상황에는 바로 병원에 가서 진료를 꼭 받아야 해요.

많이 매운 음식을 먹고 난 후부터 묽은 변이 나와서 고생했던 경험이 있나요? 그럴 땐, 설사도 설사지만 항문까지 따갑고 후끈거리는 괴로움이 동반되기도 하죠.

예를 들어보면 이런 느낌이에요. 요리를 하려고 맨손으로 청양고추를 잡고 썰었는데, 손가락이 후끈거리고 따가웠던 경험을 해보신 적 있나요? 매운 음식을 먹게 되면 위와 장벽에 청양고추를 문지른 것과 같은 효과라고 말한다면 느낌이 확 오시겠죠?

장의 입장에선 이런 상황을 빨리 해결하기 위해 몸에 있는 물을 동원해서 매운 성분을 빨리 없애고 싶어해요.

장 속으로 물을 마구마구 내보내다 보면 나가려고 대기 중이었던 대변에 물이 다량 섞이게 되고, 설사가 나오게 되는 거죠. 아마, 매운 성분을 다 씻어낼 때까진 설사가 계속될 거에요.

섬유질이 풍부한 과일이나 야채를 많이 먹은 날에도 가스가 가득 차고 설사가 나기도 해요. 평소에 조금씩 먹을 땐 문제가 없지만, 갑자기 많은 양을 먹게 되면 설사를 하게 된답니다.

초식동물들은 섬유질을 소화시켜서 에너지원으로 사용하지만, 사람은 초식동물이 아닌지라 섬유질을 소화시키지 못해요.

음식으로 먹은 섬유질은 그대로 대장까지 가서, 장 안쪽으로 물을 꽤 많이 끌어당겨요. 그래서 섬유질이 풍부한 음식을 많이 먹으면, 대장 속에 물이 많아져서 설사가 유발된답니다.

그 외에도 설사를 유발하는 음식들은 많아요. 과하게 기름진 음식도 그렇고, 술, 커피, 유제품들도 빼놓을 수 없어요.


하지만 이런 음식들을 먹는다고 해서 무조건 설사가 생기는 건 아니랍니다. 사람마다 개인차도 크고, 그날의 컨디션, 먹은 음식의 종류나 양에 따라 상황은 달라질 수 있으니까요.


지금까지 이야기 한 음식들 중에 무언가를 먹고 설사를 하고 있다면, 이왕 먹은 음식을 다시 물릴 수는 없으니, 설사를 멈추고 탈수를 막기 위해 지켜야 할 몇 가지 행동 강령들을 알려드릴게요.

설사 할 때 행동강령

1. 우선 배를 따뜻하게 덮어주세요. 핫 팩이나 담요를 이용해서 배를 따뜻하게 해주면 장의 운동도 진정되고, 복통이나 설사가 약간 줄어들어요. 에어컨 바람을 직접 쐬거나 해서 배가 차가워지면 증상이 심해지기도 해요.

2. 따뜻한 물을 충분히 드세요. 설사로 몸에서 수분이 빠져나가는 만큼 보충한다는 느낌으로 충분히 드셔야 해요.

3. 원인이 된 음식은 물론, 당분간은 설사를 유발할 가능성이 있는 후보 음식들도 피하셔야 해요.

4. 한동안 자극이 없는 음식으로 조금씩 드세요. 많이 드셔도 설사가 심해질 수 있답니다.

5. 만약 위에 설명한 증상들이 나타나면 일단 병원부터 가세요.

오늘 점심 메뉴를 고를 땐 내 주변에 폭풍설사로 고생하고 있는 동료는 없는지, 뱃속에 부글부글 난리가 난 친구는 없는지 관심 어린 시선으로 주위를 둘러보아 주세요. 여러분의 따뜻한 관심이 동료의 설사 횟수를 줄일 수 있답니다.

병원에 꼭 가야 하는 설사

1. 열이 날 때
2. 구토나 메스꺼운 증상이 동반되어 있을 때
3. 설사에 피가 섞여 나올 때
4. 설사 횟수나 양이 많아서, 온몸에 기운이 너무 없어 힘들 때
5. 호흡곤란이나 가슴 압박, 통증이 함께 있을 때

- 2화 끝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