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조의 소소한 동네책방 이야기

1화 [요조] 난 언젠가 서점 주인이 될거야

by 요조

나는 제법 여러 개의 꿈을 갖고 있었다. 단단한 꿈도 있었던 반면, 되면 좋고 아니면 말고 식의 물렁물렁한 꿈도 있었다. 

'서점 주인' 이라는 꿈은 아주 오래 품고는 있었지만 물렁물렁한 축에 속하는 꿈이었다. 처음에 그 꿈이 왜 대뜸 생겼었냐면 어릴 때 동네에 있던 서점 주인아저씨 때문인데 내 눈에는 그 아저씨만큼 편한 인생이 없어 보였다. 세상 어떻게 돌아가든 내 알 바 없다는 얼굴로 책 더미에 파묻혀서 가만히 책만 들여다보다가 참고서 든 경영 서든 무심한 얼굴로 척척 찾아주고는 다시 자기 자리에 파묻히는 일.

'저 아저씨는 얼마나 좋을까. 하루 종일 좋아하는 책만 읽으면서 돈도 벌고' 

우리 집 바로 앞에 서점이 있었기 때문에 그 앞을 지나다니며 그런 생각을 아침저녁으로 했다.

'좋겠다. 좋겠다. 저 아저씨는 진짜 좋겠다.'

[요조] 난 언젠가 서점 주인이 될거야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대학교에 입학하면서 그 서점은 없어졌다. 그 서점뿐만 아니라 많은 동네 서점들이 그 즈음 약속하듯 한 번에 없어졌다. 나의 막연한 서점 주인의 꿈도 슬슬 갈변되었다. 그러다가 그 꿈이 다시 조금씩 선명해진 계기는 삼십 대에 접어들면서부터였다. 지나고 보면 별일 아닌데 갑자기 폭삭 늙어버린 것 같은 기분이 잠깐 들었던 삼십 대 초반에 나는 한때 꿈이라고 지칭했던 불쌍한 것들을 궁상맞게 뒤적뒤적 들춰보는 일을 즐겼다.

거기에 '서점 주인'이라는 꿈이 있었다. 나조차도 한동안 잊고 있었던 꿈. 서둘러 먼지를 훅훅 털어내고 꼭 안았다. 그때부터 사람들이 꿈 얘기를 할 때마다 늘 멍 때리고 있던 나도 드디어 할 말이 생기게 된다.

난 언젠가 서점 주인이 될 거야

멋진 꿈이라고 칭찬을 들었던 적은 정말 단 한 번도 없었다. 내가 옛날에 뽑기 장수가 꿈이었다는 말을 사람들에게 하면 한결같이 짓는 표정들이 있었다. 한심하다는 듯한, 정말 세상 물정 모른다는 듯한, 생각 없다는 듯한, 철딱서니 없다는 듯한 뭐 그런 느낌의 표정.

근데 왜 내가 서점 주인이 꿈이라고 말할 때도 사람들은 그때 그 표정을 짓는 걸까? 설마 뽑기 장수와 서점 주인이 동급으로 취급되는거야? 나는 충격을 받았다. 의기소침해졌다. 토를 달았다.

"아니, 돈 안 되는 거 모르는 거 아니고, 내가 지금 당장 하겠다는게 아니고, 나중에, 뭐 그냥 저어기.."

[요조] 난 언젠가 서점 주인이 될거야
나를 결정적으로 뒤흔들었던 문제의 해방촌 M

그러던 어느 날 나는 해방촌의 어느 독립서점 대표 M과 인연이 닿게 된다. M과 몇 번을 만나면서도 내 꿈에 대해서는 감쪽같이 입을 다물고 있었다. 한 번은 같이 밥을 먹었는데 그때 내 꿈 이야기를 해버렸다. 햄버거를 먹었는데 콜라 대신에 맥주를 마셨더니 술김에 용기가 좀 생겼던 것 같다. 역시 늘 달던 토를 또 달았다.

"돈 안 되는 거 저도 잘 알고요. 제가 지금 당장 하려는게 아니고요."

M이 말을 가로막았다.

"지금 당장 하면 왜 안되는데요?"

그래서 2015년 여름, 나는 서점 주인이 되기로 '작정'을 하게 된다.

- 1화 끝 -

작가 정보 요조글 ∙ 사진작가정보보기 홍대 싱어송라이터 '요조'. 최근 동네책방 주인이라는 새로운 직업을 가진 그녀의 목소리는 꽤나 달달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