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조의 소소한 동네책방 이야기

2화 [요조] 동네책방 터를 찾아 '삼만리'

by 요조

책방을 하기로 마음먹고 가장 먼저 한 일은 장소 물색이었다. 주변에 땅값이 싸다고 하는 곳을 수소문해서 돌아다녔다. 그 과정에서 굉장히 많은 부동산을 드나들었는데 그 수많은 대화들이 너무 한결 같아 이 곳에 적어본다. 

[요조] 동네책방 터를 찾아 '삼만리'

"저, 안녕하세요."
"어서오, 어? 텔레비전에 나오는 분 아니에요? 그 김제동이랑 하는거?"

"네. 하하. 안녕하세요."
"어이구 잘 보고 있어요 그거. (악수를 한다, 싸인을 한다, 커피를 타준다 등등) 어쩐 일로 오셨어요."

(물론 나를 못알아보시는 분들도 많았다. 그런 경우 여기까지의 대화는 스킵한다.)

"가게자리를 알아보려고요."
"아하 사업하시게? 뭐 하시게?"

"책방이요."

(적막이 흐르거나 재묻는다 '뭐 한다고요?')

"책..방.."

"(걱정과 참견의 향연이 시작된다) 아가씨 '요즘 책방을 누가 해' '책방은 돈 안돼요' '돈 못벌텐데' '허허허허 참나(어이없는 웃음)' '대체 왜요?' '인터넷으로 사지 책을 누가..' '세상 물정을 모르시네' '그냥 장난 삼아 하시는거에요? 돈이 많으신가보네. 심심풀이로 이런 일도 하시고.' '그거 말고 요즘 이게 떠요. 수익도 좋고.' (무슨 자료들을 보여주신다)"

  • [요조] 동네책방 터를 찾아 '삼만리'
    책방무사는 옛날에 '요리와 놀다'라는 쿠킹스튜디오였다. '요리와 놀다'의 낮과 밤
  • [요조] 동네책방 터를 찾아 '삼만리'
    책방무사는 옛날에 '요리와 놀다'라는 쿠킹스튜디오였다. '요리와 놀다'의 낮과 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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맨 처음 들어갔던 부동산에서 일일이 나의 꿈과 포부에 대해서 얘기하고 이해시키고 돈은 분명 중요하지만 그걸 사는 일의 첫번째로 두어선 안되지 않겠냐면서 나름대로의 소신까지 밝히고 나니 장소를 돌아보기도 전에 거의 한 시간이 지나있었다. 이런 식으로는 곤란했다. 그 다음부터는 그냥 자애롭게 미소 지으며 노코멘트로 일관했다.

부동산 대표님들은 '정말' 이해가 안간다는 얼굴로 장소들을 보여주셨고 나역시 '정말' 이해가 안가는 얼굴로 장소들을 둘러보았다. 도대체 땅 값이 싸다는 곳은 어디에 있다는 말인지. 전혀 생각해보지 못했던 세 글자 '권리금'.

분명히 해방촌의 M은 돈이 그렇게 많이 들지 않을 거라고 했었는데. 한 달 여를 장소만 찾는데 할애하면서 내가 깨달은 것은 땅 값이 싼 곳은 없다(가끔 정말 싼 곳이 있지만 싼 이유가 있고 나는 그것을 감당할 자신이 없다). 내가 원하는 컨디션에서 책방을 열기 위해서는 '권리금'이 불가피하다. 

나는 먼 곳을 돌고 돌아 결국 우리 동네로 눈을 돌렸다. 내가 살고 있는 북촌은 땅값이 비싸고 지금도 계속 오르는 중이라 아예 후보지로 생각해놓지도 않았지만, 한달동안 이거저거 따져보니 이럴거면 그냥 맘 편하게 걸어서 오고갈 수 있는 가까운 곳에 책방을 내자는 심산이 들었다. 운이 좋으면 지금 내가 살고 있는 집처럼 그나마 싼 곳을 찾을지도 모른다는 막연한 희망도 조금 있었다. 그리고 무엇보다 부동산에서 한결같이 들은, 위에 적은 바 있는 그 대화에서 이제 좀 벗어나고 싶었다.

  • [요조] 동네책방 터를 찾아 '삼만리'
    '요리와 놀다' 의 내부모습은 이러했다.
  • [요조] 동네책방 터를 찾아 '삼만리'
    '요리와 놀다' 의 내부모습은 이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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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동네에서 책방의 터를 찾았다.

계동에서 원서동으로 넘어가는 언덕 중간에 비스듬히 자리잡은 작은 쿠킹 스튜디오였다. 물론 우리 동네였기 때문에 나도 오며가며 자주 보던 곳이었다. 집에서 가까웠고, 위치한 골목은 너무 외지지도 너무 번화하지도 않았고, 크기도 아담했다. 다만, 내 예상을 아주 크게 벗어난 지출을 감행 했을 때 그 뒷일이 걱정이었다. 책방을 내기로 한 일에 대해서는 M을 빼고는 거의 아무에게도 이야기 하지 않았기 때문에 며칠간 정말 나는 고민을 '온몸'으로 했다.

만나는 사람마다 무슨 고민이 있냐고 묻지 않은 사람이 없을 만큼 나는 고민 그 자체로서 살아있었더랬다. 결국 계약을 하기로 마음먹은 그 날 밤에 해방촌 M에게 문자를 보냈다.

'저 지금 제정신인지 모르겠어요.'

금방 답장이 왔다.

'미치지 않으면 못하는 일도 있지요.'

- 2화 끝 -

작가 정보 요조글 ∙ 사진작가정보보기 홍대 싱어송라이터 '요조'. 최근 동네책방 주인이라는 새로운 직업을 가진 그녀의 목소리는 꽤나 달달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