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조의 소소한 동네책방 이야기

8화 [요조] 무사와 수다의 근사한 물물교환

by 요조

책방을 열고 얼마 안되었을 때의 일이다. 책방으로 꽃배달이 왔었다. 그리고 내용은 가물가물하지만 참 다정한 편지가 있었다. 강남의 '수다'라는 꽃집에서 보낸 것이었다. 두번째 꽃배달이 왔을때, 그리고 페이스북으로 서로의 존재를 알게 되었을 때, 나는 매달 트레이드를 하자고 제안했다. 매달 초 나는 그 달의 책을 보내고, 수다꽃집에서는 꽃을 보내온다. 내가 생각했지만 정말 근사한 물물교환이었다.

[요조] 무사와 수다의 근사한 물물교환
오른쪽에 보이는 11월의 꽃
[요조] 무사와 수다의 근사한 물물교환
12월의 꽃과 사진을 찍어보았는데 제대로 나온 사진이 없다

11월에는 아주 화려한 꽃이었고, 12월의 꽃은 한 줄기에 큼직한 꽃 네송이가 동서남북 정연하게 자리를 잡고 피어있었다. (꽃 이름들은 그때마다 들었는데 다 잊어버렸다.) 그리고 어제 수다 사장님이 1월의 꽃을 들고 찾아왔다. 목련 나뭇가지가 보였다. 가까이에서 보는 것은 처음이었다. 아직 피지 않은 봉오리에 솜털이 송송 나있었다. 

"이거 물에 담궈 놓으면 필 거에요, 잘봐요."

그녀가 말했을 때 나는 덜컥 겁이 났다. 그 겁이 커서 실제로 말까지 해버렸다. 뭐가 겁나냐고 묻길래 꽃이 안 필까봐 겁난다고 했다.

"저는 다 죽이거든요."

그러자 아무렇지도 않게 그녀가 웃으며

"어차피 죽어요! 얘네 다 죽는 애들이에요. 겁내지 마요!"

하고 말했다. 그 말이 왜 그렇게 안심이 되던지, 아직까지도 귀 곁에서 그 말이 울린다. 마치 나에게 한 말 같기도 했다.

"요조씨도 어차피 죽어요. 우린 다 죽는 애들이에요. 겁내지마요!"

[요조] 무사와 수다의 근사한 물물교환
하루만에 꽃이 피었다. 겁내지 말자.
[요조] 무사와 수다의 근사한 물물교환
이것도 12월의 꽃

생각해보면 이런 날씨에 꽃들을 매일 곁에 두고 볼 수 있다는게, 이런 미려한 것을 매달 고심해서 보내주는 사람이 있다는게, 얼마나 행운인가.

나는 정말 행운아야.

매사 불만이 많지만 행운아의 불만이라는 것은 늘 초라하다. 나는 초라한 행운아야. 나도 얼른 1월의 책을 챙겨야겠다.

오늘 출근해보니 꽃 하나가 벌써 피었다. 

- 8화 끝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