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을 읽어주는 남자, 김남길의 기록

9화 [김남길] 세상에서 가장 느린 롤러코스터

by 길스토리, 김남길, 이형열, 김형석

오르락내리락 돌고 도는, 두근거림의 연속! '성북랜드'에 오신 여러분을 환영합니다. 빙글빙글 미로 익스프레스, 미스터리 콩 할머니네 저택, 랜덤 사파리 월드 등 성북은 국내외에서 볼 수 없었던 차별화된 공간설계로 모든 테마코스를 한 번에, 한꺼번에 체험 가능합니다.

노약자, 임산부, 미취학 아동도 짜릿하게 즐기는 롤러코스터! 비가 오나, 눈이 오나, 연중무휴 공짜! 그 이유는 아주 든든한 스폰서가 협찬해주고 있어서라는데요. 믿거나 말거나, 그럼 제가 먼저 확인해보도록 하겠습니다.

서울의 마지막 달동네

[김남길] 세상에서 가장 느린 롤러코스터

<미스터리 콩 할머니네 저택>
심우장을 지나 길을 조금 오르면 풍경소리에 이끌려 오른쪽 길로 들어섭니다. 그 끝에는 꽃이 노랗게 심어진 콩 할머니네 집이 있죠. 그러나 거기는 사실 막힌 코스. 메주를 만드셨을까, 두부를 만드셨을까에 대한 의문이 미스터리로 남은 채, 작은 강아지가 우렁차게 짖어대는 소리가 들리는 모퉁이 길에서부터는 인정사정 없는 오르막길이 시작됩니다.

[김남길] 세상에서 가장 느린 롤러코스터

<불쑥불쑥 랜덤 사파리>
불쑥불쑥 나타나는 북정마을 개들과 터줏대감처럼 담벼락을 사뿐사뿐 걸어가는 고양이가 미소를 주기도 하고, 해가 넘어갈 즈음에는 그 골목길 담벼락 사이에서 반찬이나 국을 끓이는 향기가 코끝을 자극해 콩자반일지, 장조림일지 그 날의 밥상이 몹시 궁금해져서 그 너머를 살짝 엿보기도 합니다.

[김남길] 세상에서 가장 느린 롤러코스터

<두근두근 아이컨택 존>
오르락내리락 쉴 틈 없이 걷다 보면 성인 남자 둘 정도가 가까스로 통과할 수 있는 좁은 길이 나타납니다. 이 골목을 지나치다가 이상형의 여행객을 만나게 된다면 수줍은 아이컨택은 필수. 그래 봤자 안 생기겠지만..

[김남길] 세상에서 가장 느린 롤러코스터

<언어영역 회상 파크>
자, 두근거리는 마음을 진정시키는 데는 시(詩) 만한 것도 없지요. 바로 비둘기 공원인데요. 조촐한 공간이지만 그 곳에는 비둘기 조형물과 성북을 대표하는 시, 김광섭의 <성북동 비둘기>가 쓰여 있어 '내가 저것 때문에 시험 때 얼마나 고생을 했는데' 라는 절규가 들려오기도 하는 곳이에요.

[김남길] 세상에서 가장 느린 롤러코스터

<다크니스 비둘기 터널>
그런 그를 축복이나 하는 듯이 옆에는 커다란 비둘기 그림과 함께 콘크리트 계단이 손짓하는 짧은 터널이 나타나는데요. 굉장히 다크해 보이긴 해도 터널을 지나면 바로 또 다른 환한 골목길과 이어져 있어 빙글빙글 돌다 보면 아까 왔던 곳인가, 아닌가 하는 미로 속에 있는 듯한 착각을 불러일으키기도 합니다. 

[김남길] 세상에서 가장 느린 롤러코스터

<옹기종기 북정 전망대>
오르락내리락 돌고 도는 급경사 롤러코스터! 앞만 보며 무작정 오르겠다는 생각은 금물! 그래도 이 길이 즐거운 이유는 중간 중간 분지처럼 내려다보이는 아늑한 마을 풍경이 기분을 상쾌하게 만들어주기 때문이라는 생각을 하게 되실 거예요.

북정마을 골목길,
그런데 말입니다..

[김남길] 세상에서 가장 느린 롤러코스터

북정마을은 6.25 전쟁 이후 피난민들과 일자리를 찾아 서울로 상경한 사람들이 모여 살기 시작하면서 지금의 마을이 되었습니다. 비탈진 산언덕에 그대로 지은 집들이라서 경사가 대단히 높죠. 바로 이 점 때문에, 이번 트랙은 녹음 당시 약간의 수정이 필요했습니다. 현장감 때문인데요.

길스토리 대표, 김남길씨(이하 길대장 - 길스토리 프로보노들은 이렇게 부른답니다)는 이 트랙 원고를 보고는 "지금까지 영화 찍다가 왔는데, 또 연기를 해야 해?" 라는 작은 투덜과 함께 현장감을 띄우기 위해 만발의 준비를 했죠. 주섬주섬 꺼낸 건 바로 작은 생수 한 병. 꿀꺽~ 꿀꺽~ 물 넘기는 소리는 진짜 길대장의 쌩목 넘김이었습니다.

그런데 말입니다. 재미있는 사실은 마지막 멘트 "왜, 이렇게 높아?"는 완전히 남길표 애드리브였는데, 너무 몰입한 나머지 뒤에 "씨~~~~~"가 녹음되어, 살리고는 싶은데 어찌할까 고민하다가 문일오 음악감독님이 꾀를 내어 "헉헉~"하는 숨소리를 중간에서 따와 삽입한 기억이 깨알처럼 남아있네요.

무릎관절 협찬,
그런데 말입니다..

길스토리 캠페인, 길을 읽어주는 남자를 움직이는 힘은 프로보노에 있습니다. 앞서 소개한 길대장은 단체 대표이자, 가장 셀럽한 조력자인 셈이죠. 프로보노란 각 분야의 전문가가 공익을 위하여 자신의 전문적 지식, 기술, 경험 등을 기부하는 활동이나 사람을 뜻합니다.

이 중에는 번역가 분들도 계시는데요. 오디오 가이드는 물론 외국인들에게도 우리 한국의 아름다운 길을 소개하고 싶다며 두 팔 걷어 부치고 돕는 분들이시죠. 길스토리 웹사이트나 SNS에 가보셨다면 아마 이들이 번역한 문장의 흔적들을 만나실 수 있을 겁니다.

그런데 말입니다. 글에는 그 사람의 성품이 보인다고 하죠? 그래서 번역한 오디오 가이드를 살펴봤었는데, 여기 재미있는 사례가 있어서 잠시 소개해드릴까 합니다. 음, 저도 평소에 그렇게까지 친분이 없어서 어떤 성격일까 참 물음표였거든요. 그럼 또 다시 등장하는 "왜 이렇게 높아?"입니다. 번역기로 돌려봤습니다.

조상근, 외국인들과 여행을 즐기는 청년 번역가는?
Oh, my! Why is it so high!? (오, 이런! 왜 이렇게 높아!)

공성은, 한국과 일본을 오가며 활동하는 동시 통번역사는?
ああ, 坂が多いよ~ (아아, 비탈이 많아~)

WenYing, Li, 대만에 거주하는 대만인 동시 통번역사는?
哎呀, 好多坡地喔~ (오, 경사가 오~)

각 나라 국민들의 정서나 문화적 특성에 맞춘 부분도 있겠지만, 이 세 분들 성격이 조금은 짐작 가시나요? 그런데 말입니다. 이번 9화, 왜 이렇게 길어~

- 9화 끝 -

작가 정보 김남길내레이션작가정보보기 연극으로 연기를 시작해 15년 동안 드라마와 영화에서 다양한 작품을 선보이고 있는 배우 김남길은 예술을 통해 누군가에게 위로가 되기를 소망하며 문화예술NGO '길스토리'를 설립하고, '길이야기: 길을 읽어주는 남자' 문화예술캠페인을 진행 중입니다.
작가 정보 길스토리진행작가정보보기 배우 김남길의 소셜 브랜드이자 글로벌 소셜 플랫폼으로 시작한 '길스토리'는 100여명의 문화예술인들과 함께 비영리단체를 설립하고, 예술을 통해 사회적 공유 가치를 창조하는 문화를 만들어 가고 있습니다.
작가 정보 이형열작가정보보기 프리랜서 카피라이터, '길이야기: 길을 읽어주는 남자' 성북편 오디오 가이드를 썼습니다. 야근 안 시키고 돈 많이 주는 회사를 찾고 있습니다.
작가 정보 김형석사진작가정보보기 자연스러움에 대해 늘 고민하는 10년 차 사진작가. 여행을 좋아해 매년 한 달씩 다른 도시에서 머물며 자유로운 사진작업을 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