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조의 소소한 동네책방 이야기

13화 책방무사의 첫번째 워크샵 by 요조

by 요조

<노처녀에게 건네는 농>이라는 잡지가 있다. 일년에 두 번 발행되는 '노처녀 전용 잡지'다. 재미있는 제목이었다. 입고문의를 흔쾌히 수락하고 받아들자마자 읽어보았다.

책방무사의 첫번째 워크샵 by 요조 - -

듣기에 따라서 좀 껄렁하게 들리기도 하는(!) 제목과는 다르게 참 내실이 있는 책이었다. 특히 가장 인상적이었던 부분은 경제교육합동조합 푸른살림의 박미정 대표의 인터뷰였다.
그녀는 다짜고짜 가계부를 쓰지 말라고 했다. 나는 깜짝 놀랐는데, 마침 가계부를 쓰려고 막 이것저것 시중에 나와있는 가계부들을 뒤지고 있던 참이었기 때문이었다. 책방까지 운영하는 마당에 더이상 경제개념을 해이한 상태로 가지고 있을 수는 없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가장 먼저 떠올린 것이 가계부였다. 

나뿐만 아니라 누구나 현명하게 가계를 꾸려가기 위한 첫걸음으로 떠올리는 것이 바로 '가계부'일 것이다. 박미정 소장은 우리는 즐겁고 행복하기 위해 돈을 소비하는 것인데, 가계부는 우리를 행복하게 해주기보다는 죄책감과 불안감을 주기 쉽다며, 죄의식을 느끼고 불행해지려고 가계부를 쓸 수는 없다고 말했다. 다른 방식으로 돈을 관리해야한다고 그녀는 주장했다.

더 행복할 수 있는 방법으로. 나답게 해 줄 수 있는 방식으로. 또한 그녀는 이기적으로 돈을 벌어선 안된다고 일침했다. 너무 박애주의적이라는 인터뷰이의 지적에 대한 그녀의 대답은 다음과 같았다.

'우리 모두는 연결되어 있다.'

단적으로 홍대에 몰려온 젠트리피케이션 현상을 직접 목도해온 나는 우리 모두가 연결되어 있다는 말이 얼마나 현실적인 문장인지 잘 알고 있다. 그 외에도 연금, 보험 필요없다, 노후 준비도 하지마라 등등 상식을 뒤엎는 놀라운 주장을 하는 그녀의 인터뷰를 두어번 정독한 뒤 트위터에 깊은 감동을 받았다는 짧은 평을 남겼다. 그 평이 '노처녀에게 건네는 농' 편집장의 눈에 띄고 또 박미정 소장의 귀에도 전달이 되면서 어느 순간 우리가 한자리에 모여있게 되는 기적이 일어나고 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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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내 책방이 조금씩 작은 변화가 시작되는 공간이 되기를 바랐다. 나와 같은 '작지만 위대한' 꿈을 농 편집장님도 박미정 소장님도 마찬가지로 꾸고있던 사람들이었다.

우리는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무사에서 워크샵을 열자고 의기투합을 했다. 그렇게 책방무사의 첫번째 워크샵, '돈맥경화 치료 간담회'가 만들어졌다.

돈 때문에 고통받고 있는 여성들을 위한 작은 자리였다. 열명정도 되는 사람들이 둥글게 둘러앉았다. 참석한 사람들은 함께 먹을 것을 각자 조금씩 준비해왔고, 씨네21북스에서는 박미정 소장님의 책을 선물로 준비해주셨다. 나는 그동안 갈고 닦은 핸드드립 커피를 대접했고 농편집장님은 한 사람 한 사람 불편하지 않도록 신경써주셨다. 정말 따뜻하고 행복한 자리였다.

모두들 처음 보는 것인데도 마치 원래부터 알던 사람들처럼 마음을 여는 것이 보였다. 각자의 고민을 허심탄회하게 털어놓았고, 우리는 모두의 이야기를 경청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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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석해준 분들과 아쉽게 헤어지고 의기투합한 사람들끼리 남았다. 농 편집장님과 박미정 소장님, 원활한 워크샵을 위해 도우미로 활약해준 빙봉군과 함께 책방에서 나름의 뒷풀이를 했다. 우리는 앞으로 이 모임을 지속적으로 갖기로 했다. 다음엔 유부녀 모임, 그 다음은 노총각 모임..하는 식으로 그룹을 나누어 다양한 사람들의 고충을 같이 나누고 달래는 자리를 꾸준히 만들어나가자고.

돈 문제라고 생각하지만 사실 우리는 돈 보다도 그 아래에 숨어있는 나약한 자신을 있는 그대로 직면할 줄 알아야 한다는 것을, 비난하지 말고 있는 그대로의 자신을 안아줄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을, 그게 순서라는 것을 소장님의 이야기를 들으며 실감했다.

마음이 따뜻한 사람들이 무사의 바닥을 지근하게 밟고 지나간 자리가 오래오래 따뜻할 것 같다.

-13화 끝-

작가 정보 요조글 ∙ 사진작가정보보기 홍대 싱어송라이터 '요조'. 최근 동네책방 주인이라는 새로운 직업을 가진 그녀의 목소리는 꽤나 달달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