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조의 소소한 동네책방 이야기

14화 다른 서점의 워크숍을 기웃거리다 by 요조

by 요조

독립 책방의 다양한 매력 중 하나는 개성 있는 워크숍일 것이다. 책방 무사도 얼마 전 박미정 소장님과 함께 경제문제에 관한 첫 번째 워크숍을 진행한 바 있는데, 사실 여기저기 작은 책방에서는 기발하고 재치 있는 다양한 워크숍을 오래전부터 진행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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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여러 독립서점들에서 진행중인 다양한 워크숍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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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여러 독립서점들에서 진행중인 다양한 워크숍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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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여러 독립서점들에서 진행중인 다양한 워크숍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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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독립책방의 주인이기도 하지만 동시에 다른 독립책방의 손님이기도 한 나는 여러 서점에서 이루어지는 워크숍에 관심이 많았다. 그러나 정작 내 책을 팔고 또 뮤지션으로의 본업까지 병행하느라 아쉽게도 늘 여건이 잘 맞지 않았었다. 그러다 기회가 생겼다.

어느날 해방촌에 있는 '별책부록'이라는 책방의 주인인 승현씨가 점심나절 책방으로 놀러왔다. 그냥 지나던 길에 들렀다고 하는데 보니까 얼마전 새로 샀다는 바이크를 자랑하러 온 것이 분명해보였다. 

'그냥 들렀어요, 바이크 타고 오니까 북촌까지 십오분도 안걸리네요!' 매일 해방촌 언덕을 오르락내리락 하며 출퇴근하던 승현씨는 이제 가뿐하게 오고갈생각에 정말 기쁜가보다. 바이크를 너무 무리해서 사는 바람에 빈털터리가 됐다고 근심하는 승현씨의 얼굴은 여지껏 내가 본 얼굴 중에 최고로 행복해보였다. 커피한잔 마시며 두런두런 사는 얘기를 하다가 승현씨가 주섬주섬 일어날 채비를 했다. 저녁에 워크숍이 있다면서.

"오, 무슨 워크숍이에요?"

"위스키 마시면서 시 쓰는 워크숍이에요."

"!!!!!"

마침 자리가 하나 비었으니 생각있으면 저녁에 오라는 말을 남기고 승현씨는 바이크와 함께 사라졌다. 위스키와 시라니. 이토록 멋이 충만한 조합이라니. 나는 그날 책방영업을 마치고 근처 맥도날드에서 대충 저녁을 해결한 뒤 서둘러 해방촌으로 향했다. 

다른 서점의 워크숍을 기웃거리다 by 요조

별책부록 지하 1층에 위치한 아담한 공간에서 워크숍이 진행되고 있었다. 강사는 홍대의 위스키바 angel's share 의 바텐더이면서 동시에 시인이기도 한 서홍주씨. 시작은 위스키의 기원과 종류 같은 기초지식에 대한 설명부터.

다른 서점의 워크숍을 기웃거리다 by 요조

위스키에 대해 아는 것이 전혀 없을 뿐만 아니라 마시지도 못하는 나는 그저 다른 책방의 워크숍을 들어보고 싶은 마음에, 그리고 위스키와 시라는 멋스러운 조합에 이끌려 오게 되었지만 막상 도착하여 설명을 듣고 얼핏 들어본 적만 있었던 싱글 몰트니 버번이니 하는 말들이 무엇을 뜻하는지 알게 되고 나자, 위스키라는 술 자체에 점점 매료되기 시작했다.

드디어 위스키를 음미해보는 시간.

오늘 마셔볼 위스키는 벤리악(Benriach) 12년산이었다. 위스키 특유의 훈제 향? 나무 향? 이 코를 찔렀지만 곧 익숙해지자 어떤 향기로움이 입안을 가득 채웠다. 참석한 누군가는 오렌지 향 같다고 했고 누군가는 파인애플 향 같다고도 했다. 아직 날카로운 미각을 가지지 못한 나는 코를 찌르는 알코올 냄새, 훈제(나무) 냄새, 그리고 마치 입안에 향수를 뿌린듯한 뒷맛으로밖에 묘사해내지 못 했다. 

홀짝거리며 두 잔을 마셨을 뿐인데 벌써 술기운이 얼큰해져왔다. 모인 사람들 역시 각자 얼큰한 가운데 편안하게 자신의 감상을 기록했다. 나도 그렇게 했다. 종이 위에 코가 닿을 듯 몸을 구부리고 조용히 주정했다. 그렇게 완성된 침묵의 술 주정은 다음과 같았다.

'우주'라는 단어를 입에 올리는 일은 거창하다

빈 병이 꿈만 같다
빈 잔이 대견하다
빈 병과 빈 잔은 언제나 같은 말만을 한다
좋았니, 좋았지, 내일도 좋을 거야

'우주'라는 말 대신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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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얼큰한 내가 조금 나온 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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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별책부록 주인장 승현씨와 놀러온 스토리지북앤필름의 주인장 마이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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몸이 조금 따뜻해진 것을 느끼며 승현 씨와 작별하고 돌아오는 길이 좋았다. 몇 번 위스키를 마실 기회가 있던 적마다 쓰다며 멀리 제쳐두던 내가 평생 처음으로 기분 좋게 위스키를 마셨다. 우쭐한 기분이 되었다.

- 14화 끝 -

작가 정보 요조글 ∙ 사진작가정보보기 홍대 싱어송라이터 '요조'. 최근 동네책방 주인이라는 새로운 직업을 가진 그녀의 목소리는 꽤나 달달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