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조의 소소한 동네책방 이야기

16화 윤정과 기연에게 주는 '행복한 질문'

by 요조

윤정과 기연.

'어떻게 알게 된 사이에요'라고 누군가 물어오면 어디서부터 설명해야 할지 아득하기만 해서 우물쭈물하게 되는 그런 사이. 제주도에서 '그곶'이라는 카페를 운영하고 있는 두 사람은 나의 소중한 제주 친구들 중 하나이다.

물론 처음에는 제주의 핫 플레이스로서 소개되 곤 했던 그 카페만을 알았다. 그러다가 어느 날 '이제부터 제주에서 살겠다'며 잠적하듯 내려갔던 지인이 '그 곶'의 단골이 되면서 우리는 서로 만난 적도 없는 채로 '건너건너 아는 사람' 비슷하게 되어버리고, 알고 보니 중간에 같이 아는 사람이 몇몇 더 나타나면서 우리가 친구가 되지 않는다면 그건 운명을 거스르는 일이 될 것만 같았다.

윤정과 기연에게 주는 '행복한 질문'
그곶에서. 2015 내 생일날

결국 나는 제주에 내려가서 '그곶'에 가지 않을 수 없었고 그 두 사람 역시 올 것이 왔다는 표정으로 나를 맞았다. 그렇게 친구가 된 게 몇 년 전이다. 그때부터 나는 제주에 내려가면 항상 '그곶'에 가서 거기서 묵고 그 두 사람과 함께 맥주를 고기를 과일을 바다생물을 하늘과 바람을 먹고 마셨다.

그리고 어느 날 윤정에게서 봄을 알리는 까치처럼 결혼을 한다는 연락이 왔다.

윤정과 기연에게 주는 '행복한 질문'
한라산에서. 윤정과

연락을 받자마자 책방에서 책을 한 권 챙겼다. 오나리 유코의 <행복한 질문>이라는 책이었다. 결혼 선물로 이 책을 선물하고 싶었다.

'사랑한다'는 말은 참으로 미심쩍다. 아무리 서로가 보증하고 또 보증해도 그 미심쩍음은 막을 길이 없는 것 같다
.
'ㅅ'과 'ㅏ' 'ㄹ'과 'ㅏ'와'ㅇ'

자음과 모음의 벽돌들을 '사랑'이라는 모양으로 붙들어주는 콘크리트 안에는 분명 물과 모래와 함께 미심쩍음이 들어있을 것이다. 이 책은 미심쩍어하는 여인과 그 미심쩍음을 단단하게 안심시켜주는 연인의 문답으로 이루어진 짧은 책이다.

'그럼 있잖아 내일이 이 세상의 마지막 날이라면?'
그럼 전망 좋은 언덕에 침대를 옮겨 놓고 뒹굴뒹굴하면서 하루 종일 당신과 뽀뽀할 거야.'
'당신은 아무것도 두렵지 않나 봐.'
'아무것도 두렵지 않아.'

윤정과 기연에게 주는 '행복한 질문'
비양도에서. 윤정과 기연

나는 이른 시간 책방에 앉아 윤정에게 편지를 썼다. SNS에 친구의 결혼식에 다녀오느라 조금 늦게 오픈한다는 공지를 띄워놓고, <행복한 질문> 사이에 편지를 단단히 끼운 채 결혼식이 열리는 작은 성당으로 향했다.

  • 윤정과 기연에게 주는 '행복한 질문'
    행복한 질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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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친구 윤정에게

어제는 내가 잠을 다 설쳤어요
그동안 윤정의 희로애락을 빙산의 일각만 알고 있지만
어쨌든 늘 마음을 곁에 두었던 친구로서
괜히 내가 울컥울컥하는 것을 숨길 수가 없어요
부디 언제나 행복해요 아프지 말고
어디로 신혼여행 가는지 못 들었는데 재밌게 돈 펑펑펑 쓰고 와요
앞으로 우리의 우정도 변치 않기로
결혼 서약할 때 슬며시 같이 맹세해줘요
결혼 참 축하해요 참 많이 축하해요

-수진

- 16화 끝 -

작가 정보 요조글 ∙ 사진작가정보보기 홍대 싱어송라이터 '요조'. 최근 동네책방 주인이라는 새로운 직업을 가진 그녀의 목소리는 꽤나 달달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