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에는 입맛이 없다는 사람을 나는 이해하지 못한다. 부모님하고 같이 살던 시절에 엄마는 아침밥이 다 되면 나를 깨우곤 하셨다.

'수진아 밥 먹어.'

믿기지 않겠지만 그러면 나는 벌떡 일어나서 밥을 먹었다. 잠을 깨서, 정신을 차리고, 화장실 한 번 다녀오고, 물도 한 잔 마시고 하면서 맨 정신으로 돌아온 뒤에 식탁에 앉는 것이 아니라 말 그대로 벌떡 일어나서 곧장 식탁으로 돌진하는 것이다. 그러므로 첫 몇 숟갈을 뜨면서는 정말 눈도 제대로 못 뜬 그런 상태라고 할 수 있다. 이런 말을 친구들한테 하면 잘 믿지 않는다. 사실은 그런 나를 부모님도 신기하게 바라보곤 하셨다.

나는 아침에 식욕이
제일 왕성하다

책방을 하고 나서 아침을 잘 챙겨 먹지 못했다. 아침에 일찍 일어나는 편이었지만 밥을 챙겨 먹을 여유가 쉽게 생기지 않았다. 주문한 책들이 주로 오전에 많이 오는지라 오픈 전부터 할 일이 많았고 집에서 책방으로 가는 길이 너무 가까운 탓에 중간에 슈퍼나 카페 같은 곳에 들릴 일도 없었다.

아침에 여유가 좀 있으면 라면을 끓여먹던가 이런저런 볶음밥을 해 먹거나 그냥 토스트, 시리얼. 그러나 보통은 빈 속으로 출근해서는 책방이 끝나고 저녁이 되어서야 아침이자 점심이자 저녁 한 끼를 아주 굉장한 과식으로 마무리하게 되고 결국 점점 몸도 마음도 부실 부실해졌다. 아침에 '밥 먹어 수진아' 하고 부르던 엄마의 목소리, 엄마의 밥상이 정말 그리웠다.

책장수의 아침밥

그러다 발견한
동네 밥집이 있다

산책길에 발견했는데 처음에는 영업을 하지 않는 가게인 줄 알았다가 나중에는 그냥 반찬가게인 줄 알았는데 우연히 점심때 지나치면서 보니 사람이 엄청 바글바글해서 깜짝 놀랐다.

몇 번 근처에서 눈치를 보다가 드디어 들어가 밥을 먹어보았다. 그냥 백반집이어서 메뉴는 없고 그날그날 주는 대로 먹어야 한다. 아침 여섯 시부터 오후 세시 정도까지 영업한다. 나는 눈뜨자마자 세수도 안 한 상태로 술렁술렁 걸어가기도 하고 책방을 오픈하기 삼십 분 전에 헐레벌떡 뛰어가서 급하게 먹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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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끔 주변 직장 사람들이 몰리는 시간에 가서 밥을 먹고 있으면 주변에서 나를 보며 수군수군하기도 하는데 그런 수군거림 때문에 식당 주인아줌마 아저씨는 나의 정체에 대해서 굉장히 궁금해하신다.

"반찬 더 줄까, 국 더 줄까" 하면서 슬쩍슬쩍 "배우요? 가수유? 저어기 건너편 아줌마가 그러는데 개그맨이라던데?" 이런 질문들을 툭툭 던지신다. 아직도 관심이 영 쑥스럽고 부끄러운 나는 늘 "반찬이 맛있다, 국이 맛있다" 하면서 말을 돌리기 바쁘다.

"저는 그냥 책장수예요. 그나저나 오늘 국이 참 맛있네요."

우리 엄마에 비할 때는 아니지만 아침마다 달려가 집밥 같은 아침밥을 먹을 수 있는 곳이 있다는 것이, 아침밥을 먹고 기운을 내서 책방을 씩씩하게 오픈할 수 있다는 것이, 나에게 얼마나 큰 기쁨을 주는지 아줌마 아저씨는 모르실 거다.

하루는 일본에서 사 온 도넛을 하나씩 드리며 매번 맛있는 밥 주셔서 너무 감사하다고 했다. 아주머니는 너털웃음을 터뜨리며 '이런 거 자주 갖고와!' 하셨다. 암요, 자주 가져갈게요!

- 17화 끝 -

작가 정보 요조글 ∙ 사진작가정보보기 홍대 싱어송라이터 '요조'. 최근 동네책방 주인이라는 새로운 직업을 가진 그녀의 목소리는 꽤나 달달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