춘천에 갈 일이 생겼다. 보통 같았으면 반사적으로 '간 김에 닭갈비를 먹고 와야겠다'고 생각했을 텐데 '간 김에 춘천에 있는 헌책방을 둘러봐야겠다'는 생각이 먼저 들었다. 더 일찍 일어나 준비를 서둘러 마치고 춘천으로 향했다. 가면서 검색으로 춘천에 있는 헌책방 세 곳을 찾았다.

첫 번째로 찾아간 곳은 팔 호 광장 근처에 있는 <명문 서점>이었다. 춘천의 아주 오래된 서점 중 하나로 그곳에서의 추억담을 적은 블로그가 눈에 많이 띄었다.

춘천의 헌책방들

유리문을 열고 들어서자 하얀 강아지 같은 할머니께서 끄덕 인사를 건네신다. 꾸벅 인사하고 고개를 돌리자마자 지금은 절판된 책 두 권이 눈에 띄었다. 바로 '기형도 산문집'과 '가장 푸른 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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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8년에 퓰리처상을, 1993년에는 노벨문학상을 탄 토니 모리슨의 소설 '빌러 비드'를 마침 읽으려던 참이었는데 여기서 그녀의 또 다른 소설인 '가장 푸른 눈'을 보자 마치 오래된 친구를 만난 것처럼 반가웠다. 두 권을 덥석 한 손에 쥐고 천천히 작은 공간을 둘러보기 시작했다. 마침 다시 읽고 싶었던 미카엘 엔데의 '모모'도 눈에 띄었고 스티비 원더의 'evony and ivory'가 떠오르는 카롤린 필립스의 '커피우유와 곰보빵'이라는 동화책도 한 권 샀다.

두 번째로 들른 곳은 한림대학교 앞에 있다는 <대풍이네 헌책방>이었다. 카페와 겸해있는 공간이라길래 더 기대가 컸다. 와플과 치즈떡볶이가 엄청나게 맛있다는 글을 읽고는 여기서 산 책을 조금씩 읽으며 식사를 해결해도 좋겠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찾을 수가 없었다. 한림대학교 근처를 계속 둘러보았지만 실패. 다른 곳으로 이전한 걸까. 아니면 장사를 그만두신 걸까. 내가 읽은 블로그는 4년 전의 블로그였으므로 지금은 충분히 없어졌을 수도 있는 시간이었다.

아쉽지만 세 번째 행선지로. 세 번째로 들른 곳은 <경춘 서점>. 세월의 흔적이 담뿍 묻어 나오는 외관이 멋스러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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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문 서점보다 훨씬 책이 많았는데, 아이러니하게도 더 읽기가 쉽지 않았다. 책이 너무 많다 보니 사람이 오고 갈 수 있는 통로가 너무 좁아서 아래쪽에는 어떤 책들이 있는지
몸을 굽히는 것도 쉽지 않을 정도였다. 그럼에도 아주 귀한 책들을 발견했는데, 황현산 선생님께서 번역한 <어린 왕자> 1982년 판과 친동생 연일 주님이 엮으신 윤동주 시집 1984년 판이었다. 그 외에도 아주아주 오래된 오헨리 단편집도 같이 구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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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주변 골목을 잠시 산책하는데 오래된 뻥튀기 집 앞에서 나는 냄새가 너무나 좋아서 뻥튀기도 샀다. 아작아작 뻥튀기 씹으며 두 손 무겁게 집으로 돌아오는 길이 즐거웠다. 여기저기서 데려온 보물들이 다 좋은 주인을 찾아 다시 뿔뿔이 흩어지는 책들의 순환을, 그 속에서 나의 역할을 생각해보면서. 아작아작. 열심히 아작거려도 넉넉한 뻥튀기는 책방에 오신 손님들과 같이 나눠먹었다.

춘천의 헌책방들

- 18화 끝 -

작가 정보 요조글 ∙ 사진작가정보보기 홍대 싱어송라이터 '요조'. 최근 동네책방 주인이라는 새로운 직업을 가진 그녀의 목소리는 꽤나 달달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