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조의 소소한 동네책방 이야기

23화 책방 무사의 마이너스 성장

by 요조

우려하던 일이 벌어졌다. 책방 무사의 매출이 드디어 '마이너스' 성장을 하였다. 그동안 아슬아슬 제로성장해왔던 기간 동안 그래도 마음의 준비를 조금씩 하기는 했지만 막상 매출이 마이너스 상황이 되자 우울한 기분이 영 나아지지 않았다.

그러나 이럴 때일수록 더 힘을 내야 한다고 어디선가 배운 듯도 하여 책방을 마치고 직원 2호와 함께 고기를 먹으며 기운을 내보기로 했다. 고깃집 테이블 위에는 기본 반찬으로 배추김치 대신에 파 김치가 올랐다.

책방 무사의 마이너스 성장

파 김치를 좋아하지만 마음 놓고 먹어본 기억이 없다. 양치질을 해도 잘 사라지지 않는 냄새 때문인데 그러고 보니 파 김치를 외면한 시절이 벌써 십 년 가까이나 되었다는 것을 깨달았다. 고작 하루도 안 가는 이 냄새가 뭐라고 참 쓸모없는 일에 십 년을 썼는가 새삼 사무치는 기분이 들었다. '먹자, 먹어.' 와구와구 파 김치를 먹었다. 

배부르게 고기를 먹고 나와 그동안 들러보고 싶었던 곳에 가봐야겠다고 마음먹었다. 술을 마시며 책을 읽을 수 있는 공간, 이름도 책 바 (chaeg bar)이다.

책방 무사의 마이너스 성장

4명 이상의 손님은 받지 않는, 대화는 조용히 나누는 것이 필수인, 책을 읽는 손님들에게 최적화되어있는 술집이라고 할 수 있겠다. 내가 들어갔을 때에도 이미 적잖은 손님들이 조용히 책을 읽거나, 소곤소곤 대화를 나누고 있었다.

책방 무사의 마이너스 성장

메뉴 역시 독서에 최적화되어있었다. 여러 문학작품 속에 등장한 술들이 직접 판매되고 있고, 시에 잘 맞는 술/소설에 잘 맞는 술/에세이에 잘 맞는 술 등등 장르별로도 구분되어있을 뿐만 아니라, 현재 읽고 있는 책에 잘 어울리는 술을 추천받을 수도 있었다.

나는 일단 압생트를 주문하기로 했다.

책방 무사의 마이너스 성장

다자이 오사무의 소설 <인간실격>에 등장하는 술이다. <인간실격>의 주인공 오오바 요조에서 이름을 따와 요조라는 이름으로 음악을 하고 있는 나에게 <인간실격>이라는 소설은 미운 정 고운 정 다 들어버린 가족과도 같다.

책방 무사의 마이너스 성장을 슬퍼하는 나를 위로해주느라 고생 중인 직원 2호를 위한 술은 내가 지금 읽고 있는 책에 어울리는 술로 하기로 했다. 내가 지금 읽고 있는 책은 스테퍼니 스탈의 <빨래하는 페미니즘>이다. 미국 바너드 여자대학교를 졸업한 주인공은 언론계와 출판계를 넘나들며 정력적으로 활동해오다가 결혼과 임신, 출산으로 이어지는 생활 속에서 점점 아내와 엄마로서의 삶에 충실하게 된다.

그러다 불현듯 오랫동안 잊고 살았던 '여성으로서의 삶'에 대해 다시 한번 생각해보게 되고, 독특하게도 자기가 대학시절 들었던 '페미니즘 고전' 수업을 다시 한 번 들어보며 페미니즘 고전에서 그 답을 찾아보기로 결심한다.

책방 무사의 마이너스 성장

내 설명을 들은 주인장님은 '진피즈'라는 술을 추천해주셨다. 본격적으로 술을 마시기 전에 워밍업으로 마시기도, 혹은 술자리를 마무리하기 위한 마지막 잔 용으로 마시 기도하는 알코올 도수가 낮고 청량한 감이 있는 술이라고 한다. 대학시절의 초심으로 돌아가려는 주인공을 응원 하는 마음으로 이 술을 추천해주셨다고.

책방 무사의 마이너스 성장

아주 독한 압생트와 아주 가벼운 진피즈를 앞에 두고, 나와 직원은 책방 무사의 앞날을 소곤거리며 걱정했다. 그리고 힘내자고 소곤거렸다.

내일도 활기찬 영업을 위해!

책방 무사의 마이너스 성장

- 23화 끝 -

작가 정보 요조글 ∙ 사진작가정보보기 홍대 싱어송라이터 '요조'. 최근 동네책방 주인이라는 새로운 직업을 가진 그녀의 목소리는 꽤나 달달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