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조의 소소한 동네책방 이야기

24화 광주의 작은 책방에서

by 요조

목포에서 톡투유 녹화가 있었다. 아무튼 지방에 가게 되면 그 지역의 서점부터 둘러보고 싶어 근질거리는 기분 때문에 나는 녹화를 마치고 하루 더 머물러 이 근처의 책방들을 방문해보기로 했다.

 광주의 작은 책방에서
목포대학교에서 톡투유 녹화를 마친후 기념사진

전국의 독립서점 현황에 정통한 '스토리지 북엔 필름'의 마 사장에게 문의해보니 안타깝게도 목포에는 독립서점이 없는 것으로 확인되었다. 그래서 그날 밤 광주로 행선지를 옮겼다. 다음날 처음으로 방문한 곳은 동명동에 있는 '파종 모종'이라는 서점이었다. 그런데 안타깝게도 내가 방문했을 때 오픈을 하지 않아 대신 같은 건물 지하에 아담하게 자리 잡고 있는 '도글도글'이라는 카페에서 잠시 시간을 보냈다.

카페 사장님은 원래 그림 그리는 사람이라고 자신을 소개하셨는데, 아닌 게 아니라 미술적 감각이 카페 안을 가득 채우고 있었다. 컵홀더 하나에도 근사한 글귀가 적혀있었고, 아주 작은 소품 하나하나가 개성이 넘쳤다. 직접 제작하신 귀여운 컵도 선물해주셨다. 조심스럽게 받아 가방 안에 넣자 도글도글 소리가 난다. 주문한 비엔나커피도 굉장히 맛있어서 직접 로스팅하셨다는 원두도 구입하였다.

  •  광주의 작은 책방에서
    멋스러운 건물
  •  광주의 작은 책방에서
    카페 '도글도글'의 내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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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번째로 찾아간 곳은 남구 봉선로에 있는 '공백'이라는 책방이었다. '공백'은 다행히 열려있었다.

 광주의 작은 책방에서

독특하고 아늑한 내부를 구경하면서 주인장님과 두런두런 얘기를 나누었다. 그동안 책방들을 둘러보며 느낀 소감 중의 하나를 밝히자면 일단 인테리어가 한결같으면서 한편 한결같지 않다는 점인데, 한결같다는 것은 다들 돈이 없다 보니 직접 만들거나 어디서 주워온 물건들이 많아서이고, 그 물건들이 하나같이 기발하고 독특해서 또 한결같지 않기도 한 것이다.

'공백'에서 가장 눈길이 갔던 것은 오래되어 보이는 바둑판이었는데, 역시나 주워온 것이라고 한다. 누군가에게는 쓰레기처럼 보이는 물건이 누군가에게는 보물처럼 보이고, 누군가가 버리면 누군가가 주워간다. 인류의 쿵짝.

 광주의 작은 책방에서
눈을 뗄 수 없었던 '공백'의 바둑판

마지막으로 'LITE LIFE'라는 책방에 들렀다. 책방 바로 맞은편에는 동네 할머님들이 나와서 두런두런 수다를 떠는, 너무나 눈에 익은 풍경이 연출되고 있었다. 바로 나의 책방에서 매일 보던 그 풍경.

  •  광주의 작은 책방에서
    LITE LIFE 의 풍경
  •  광주의 작은 책방에서
    무사의 풍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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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ITE LIFE' 역시 아주 작은 공간이었는데 그럼에도 영화관람이 가능한 컨디션인 것이 인상 깊었다. 커다란 스크린으로 알 수 없는 어떤 영화가 상영되고 있었는데, 이렇게 오붓하게 영화를 보아도 좋겠다 싶다. '드래곤볼 깊이 읽기'라는 책을 읽고 싶었는데 할인까지 해주셔서 더욱 감사하고 미안한 기분이었다.

어느새 가방 안은 여기저기서 구입한 책들로 불룩해지고 나는 아쉽고 긴 귀갓길에 올랐다. 다시 또 만날 때까지 광주의 작은 책방들이 모두 무사하기를.

- 24화 끝 -

작가 정보 요조글 ∙ 사진작가정보보기 홍대 싱어송라이터 '요조'. 최근 동네책방 주인이라는 새로운 직업을 가진 그녀의 목소리는 꽤나 달달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