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조의 소소한 동네책방 이야기

25화 아듀, 진미용실

by 요조

간판을 떼기로 했다. 책방 무사라고 쓰여있진 않았지만 책방 무사를 대표하는 것이나 마찬가지였던 간판. '진 미용실'이라고 적혀있던 그 낡은 간판을 떼어내기로 결심했다.

아듀, 진미용실

맨 처음 그 간판과 조우하던 순간이 생각난다.

원서동으로 넘어가는 계동 길 언덕에서 처음 책방 무사 자리를 발견했을 때 그 '진 미용실'은 푸른색 어닝 속에 숨겨져 있었다. 유난히 그 푸른 어닝이 마음에 들지 않았던 나는 그 안에 무엇이 들어있는지 알지도 못하는 채로 어닝을 뜯어내버렸고, 그리고 그 안에서 조용히 늙어가고 있던 '진 미용실' 간판을 만났다.

아듀, 진미용실

코스메틱 마싸지.

'사'가 아니라 '싸'라고 적혀있는 올드 한 느낌이 좋았던 나는 이 간판을 떼지 않고 그냥 두기로 결정했다. 알고 보니 '진 미용실'은 지금으로부터 3,40년 전에 이 건물의 주인인 복진 아주머니께서 직접 운영하셨던 미용실이었고, 그 사실을 알고 나자 더욱 이 간판에 애착이 들었다.

비록 하루에도 몇 번씩 '왜 책방인데 간판은 미용실 간판을 달고 있냐'는 질문을 듣고, 실제로 마사지가 얼마냐고 묻는 어르신도 계셨지만 그래도 나는 이 간판이 좋았다.

그런데 계속 나를 신경 쓰이게 하는 문제가 있었다. 워낙 오래된 간판이라서 이음새가 낡아져 있었던 것이다. 그래도 갑자기 추락하거나 하는 위험천만한 일이 일어날 가능성은 없으니 신경 쓰이지 않는다면 그냥 이대로 두어도 상관은 없다는 말을 업자 분에게 들었지만, 그래도 계속 마음에 걸렸다.

결국 며칠 내내 비 내리던 하늘을 바라보던 나는 힘겨운 결정을 내렸다. 이렇게 찝찝하게 신경을 쓰고 있을 바에야 떼어버리는 것이 여러모로 낫겠다고 생각했다. 이음새만 새로이 교체할까 하는 생각도 했는데, 이상하게 그냥 모든 것을 도려내버리고 싶다는, 마치 실수로 모든 게 깨끗하게 포맷 되어버린 핸드폰을 쥐었을 때 느껴지는 이상한 상쾌함 같은 걸 느끼고 싶은 기분이 들어서, 간판 자체를 확 떼어내버리기로, 그렇게 결심을 했다.

잔잔한 일합니다.라고 자신을 소개하는 '맙소사'(marcsosa)의 병국 씨에게 도움을 요청했다. 병국 씨는 일행들과 함께 잔잔하고도 순식간에 간판을 떼어냈다. 분리된 진 미용실이 봉고차 위에 실리는 것을 책방 안에서 창문을 통해 바라보는데, 이상하게 눈물이 날 것 같았다.

아듀, 진미용실

반년 넘게 함께 해온 간판이 없는 책방 무사는 조금 어색하고 휑해 보이기도 했는데, 또 그대로 휑한 맛이 좋기도 하였다. 아까 말했던 이상한 상쾌함, 뭐라고 설명하게 힘든 후련함이 마음을 조금씩 채워갔다.

아듀, 진미용실

- 25화 끝 -

작가 정보 요조글 ∙ 사진작가정보보기 홍대 싱어송라이터 '요조'. 최근 동네책방 주인이라는 새로운 직업을 가진 그녀의 목소리는 꽤나 달달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