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조의 소소한 동네책방 이야기

26화 책방의 마스코트 '뽑기 기계'

by 요조

배지 뽑기 기계에 문제가 생겼다. 밖에서 연락을 받은 나는 스케줄이 끝나자마자 밤에 들러 상태를 보았는데, 내가 봐서 알 수 있는 문제가 아니었다. 직원 2호를 불러 도움을 요청했다. 한 시간을 넘게 낑낑거렸다.

책방의 마스코트 '뽑기 기계'

"안 되겠어. 완전히 고장 난 것 같아."

직원 2호는 땀범벅이 된 굳은 얼굴로 의사 선생님처럼 사망선고를 했다. 기분이 이상했다.
배지 뽑기 기계는 무사의 감초였다. 서로 모르는 사람들끼리 하나가 되어 게임을 하기도 했고, 어르신부터 아이들까지 즐겼다.
 
책보다도 배지를 뽑기 위해 오는 손님도 있었다. 배지를 뽑으신 분들은 기념사진을 하나씩 찍어드렸었는데, 그 얼굴과 웃음들이 하나하나 눈앞을 스친다. 이제 그분들은 어떻게 해.
하나 더 사면되지. 그래. 그 말이 맞다.

그래도 다음에 올 기계는 이 기계와 똑같겠지만 이 기계는 아니다. 어린 왕자가 지구에 도착해 장미들에게 너희는 모두 내 별에 있는 장미만큼 아름답지만 내 장미는 아니라고 그랬던 것처럼.

책방의 마스코트 '뽑기 기계'

기계를 바로 뺄 마음이 들지 않아 한동안 이대로 책방에 두고 추모기간을 갖기로 했다.

책방의 마스코트 '뽑기 기계'

다음날 책방에 인형뽑기를 하러 온 꼬맹이들에게 기계가 하늘나라에 갔다고 했다. 아이들은 엄청 서운해했다. '기계에게 잘 가라고 편지를 써주면 어떨까?' 하고 내가 제안했다. 아이들은 고분고분 바닥에 자리를 잡았다. 

내가 준 종이와 연필로 이별의 편지를 쓰는 (한 아이는 글씨를 몰라 그림을 그려준다고 했다) 아이들의 뒤통수가 한없이 예뻤다. 아이들은 편지를 접어 기계 안에 편지를 넣었다. 뭐라고 적었을지 궁금하지만 참을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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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6화 끝 -

작가 정보 요조글 ∙ 사진작가정보보기 홍대 싱어송라이터 '요조'. 최근 동네책방 주인이라는 새로운 직업을 가진 그녀의 목소리는 꽤나 달달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