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조의 소소한 동네책방 이야기

27화 '돈맥경화 간담회' 세번째 시간

by 요조

돈에 대해 품고 있는 걱정을 조금이라도 덜어보자고 시작한 모임 '돈맥 경화 치료 간담회' 가 벌써 세 번째다. 박미정 푸른 살림 소장님 '노처녀에게 건네는 농' 천준아 편집장님, 씨네 21북스 편집자 김송은 님, 그리고 나. 이렇게 네 사람이 만들어오고 있다.

나에게 이 모임은 여러모로 중요하고 의미가 깊다. 무사에서 처음으로 시작한 워크숍이기도 하고, 홀수 달에 회의 한 번, 짝수 달에 워크숍 한 번 꼬박꼬박 임하는 모습들이 나에게 매번 새로운 감동을 주는 데다가, 한 달에 한 번씩 만날 때마다 묘하게 우리 사이에서의 정도 깊어지는 것이어서 이제는 개인적인 그리움 도 느끼게 되고 만날 때마다 속 깊은 이야기도 어렵지 않게 꺼내는 자리가 되었다.

'돈맥경화 간담회' 세번째 시간

처음에는 미혼 여성, 두 번째는 기혼자들을 대상으로 진행했었던 간담회의 세 번째 자리는 미혼 남성을 대상으로 했다. 남성들의 돈 고민은 여성들과 어떤 다른 결을 가지고 있을지, 그리고 처음 보는 여자들 앞에서 다들 자신의 고민을 쉽게 털어놓을 수 있을는지, 기대도 되고 걱정도 되는 건 나뿐만이 아니었나 보다. 

천준아 편집장님은 어떻게든 편한 자리를 만들고 싶었는지 뜬금없이 캔맥주를 잔뜩 사가지고 오셨다. 보통 차나 커피를 앞에 두고 시작했던 간담회는 이번엔 술과 안주를 앞에 두고 시작되었다. 우리들의 기우와는 상관없이 사람들은 쉽게 자기 이야기를 털어놓았다.

다양한 직업을 갖고 있었지만 한결 같이 궁핍한 지갑 사정, 걱정되는 노후, 감당하기 버거운 가족의 무게, 사회가 요구하는 (혹은 요구한다고 생각하는) 이상적인 남성(아버지,아들,남편,남자친구)상에 대한 압박과 부담, 꿈과 현실중 택일하는 것에 대한 문제...

이야기는 멈출 줄 몰랐고 두 시간 예정으로 진행된 간담회는 거의 네 시간이 다 되어서 끝났다. 사람들은 못내 아쉬운 기색이 역력했다. 아직도 할 말이 많은 얼굴로 돌아가는 사람들을 바라보며 나도 덩달아 복잡한 기분이 되었다. 밤을 새워서라도 말할 수 있지만 답은 없는 이야기들, 그저 답 없음에 열심히 긍정하는 시간으로 만족해야 하는 명백함이 조금 민망할 정도였다.

'돈맥경화 간담회' 세번째 시간

어떤 대안을 제시해주기 위해 준비한 자리는 아니었지만 그래도 돌아가는 발걸음들이 마냥 무겁지는 않았으면, 내가 갖고 있던 고민이 비단 나만의 것은 아니었다는 안심이 그날 밤 고민의 뒤척임을 조금이나마 줄여주었으면, 부디 우리 모두 돈에게 잡아먹히지는 말았으면. 모두 돌아가고 난 책방에서 뒷정리를 하며 나는 나도 모르는 누군가에게 기원을 한다. 빈 맥주 캔을 우직우직 구겨뜨리며 바람을 보낸다.

- 27화 끝 -

작가 정보 요조글 ∙ 사진작가정보보기 홍대 싱어송라이터 '요조'. 최근 동네책방 주인이라는 새로운 직업을 가진 그녀의 목소리는 꽤나 달달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