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조의 소소한 동네책방 이야기

30화 세계 최고로 행복한 생일

by 요조

제주 중문에 위치한 에리두 게스트하우스에서 연락이 온 것은 내 생일을 앞둔 어느날이었다. 2주년 기념으로 에리두에서 행사를 하고 싶은데 마침 그때가 내 생일이니 생일 기념 작은 라이브를 갖는 것이 어떻겠냐는 제안이었다.

자주 가던 홍대의 2nd floor 라는 카페에서 생일이 되는 자정에 공연을 한 적이 있었다. 아주 오래전의 일이다. 지금은 카페도 없어지고 나도 이제 밤 12시에 노래할 일이 잘 없다. 그러나 그 날의 기억은 아직도 따뜻하게 잔존하고 있다. 

나는 그 제안을 받아들였다

올해 초 일본에서 사온 내 전용 마이크도 챙기고 기타도 매고 멜로디언도 챙겨드니 정작 내 짐을 들 팔이 모자라 에코백 하나에 이박삼일의 짐을 꾹꾹 눌러 담았다.

습기 많은 제주에 도착해 또 버스를 타고 한 시간을 달렸다. 오랜만에 들른 에리두. 2년 전에도 이 곳에서 라이브를 한 적이 있다. 그땐 바로 오픈 기념 행사 때였다. 에리두와 나는 그간 사이좋게 2년을 먹었다. 감회가 새로웠다. 생일에 공연을 하는 건 여러모로 알맞다.

너무 시끌벅쩍하게 보내는 건 싫고, 빈둥빈둥 집에서만 있기에도 처량맞고, 일을 하며 보내는 건 서글프다.

많은 사람들에게 축하 받는 건 너무 정신이 없을 것 같지만 아무도 축하해주지 않는다면 절망적일 것이다. 나는 어느때보다 만족스러운 마음으로 리허설을 마쳤다. 해가 지고 사람들이 모여들었다. 나도 노래할 준비를 마치고 단촐한 무대앞으로 걸어나갔다. 그리고 사람들을 쭉 둘러보다가, 그 사람들 가운데 놀라운 얼굴을 발견했다.

책방 단골 분들이 계셨던 것이다

전라도 남원에서 태권도장을 운영하시는 강관장님. 가끔 책방에 오시지만 주로 택배로 책을 주문하시는 분이신데 그 분 께서 맨 앞줄에 앉아계셨던 것이다. 그리고 나머지 한 분은 일주일에 한 번은 꼬박꼬박 출근하셔서 뱃지 뽑기를 하는 한 모씨. 그리고 성함은 알지 못하지만 충분히 낯이 익는 어느 분.

노래하면서 그 분들에게 한 번도 시선을 주지 않았다. 아니 줄 수가 없었다. 말로 표현하기 힘든 떨림이 있어서였다. 내가 크게 공연할때 부모님이 오시면 절대 부모님이 계신 쪽은 쳐다보지 않는데 그 때랑 같은 마음이었다.

다행히 공연은 무사하게 마쳤고 나는 공연이 끝나자마자 두 분을 붙잡고 같이 저녁을 먹자고 했다.

근처 맛집을 소개받아 함께 저녁을 먹으며 나는 그 어느때보다 큰 생일 선물을 받았다는 생각에 자꾸 숨이 막혔다. 무작정 내 공연때문에 서둘러 제주까지 내려온 두 사람은 다음날 일정이 아무 것도 없다고 했다. 대충 몇 개 둘러볼 만 한 코스를 안내해드렸다.

김영갑 갤러리, 제주시립미술관, 카페그곶, 풍림다방...

나중에 들으니 그 두 분은 다음 날 깁영갑 갤러리에서 우연히 또 마주쳤다고 한다.이런 식으로 오래오래 자꾸 마주치고 싶다. 책방을 하면서 생긴 좋은 인연들이 여기저기서 자꾸 마주쳐서, 좋은 기분을 계속해서 나눠가고 싶다.

세계 최고로 행복한 생일이었다.

세계 최고로 행복한 생일  - -

-30화 끝-

작가 정보 요조글 ∙ 사진작가정보보기 홍대 싱어송라이터 '요조'. 최근 동네책방 주인이라는 새로운 직업을 가진 그녀의 목소리는 꽤나 달달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