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시절, 우리가 좋아했던 영화

100화 큰 힘에는 큰 책임이 따른다

by 양군

49전49승무패라는 아름다운 전적을 가지고 은퇴한 프로복서 플로이드 메이웨더 주니어와 LA다저스의 에이스 클레이튼 커쇼는 자기 분야에서 최고의 자리에 오른 스포츠 재벌이라는 공통점이 있다. 하지만 두 사람의 이미지는 정반대다. 메이웨더는 널리 알려진 대로 유명한 악동이자 허세쟁이다. 자신의 부와 사치스런 생활을 자랑하는 메이웨더의 스웨그(?)는 어지간한 힙합가수들은 명함조차 내밀지 못한다(그러면서 의외로 술, 담배는 전혀 하지 않는다고 한다).

커쇼 역시 만28세라는 젊은 나이에 사이영상 3회, MVP 1회를 수상하며 최고의 자리에 올랐다. 2020년까지 연 평균 3500만 달러의 연봉이 보장돼 있다. 하지만 커쇼의 성격과 캐릭터는 메이웨더와는 전혀 다르다. 겸손한 성격과 바른 생활자세로 모범적인 삶을 살고 시즌이 끝나면 아프리카 등으로 봉사활동을 다닌다(심지어 신혼여행도 아프리카 잠비아로 봉사여행을 떠났다). 이런 삶의 방식을 이어간다면 커쇼는 은퇴할 때쯤 스타가 아닌 위인으로 기억될지 모르겠다.

미국에서는 메이웨더 같은 악동도 대스타로 인정해 주지만 겸손한 바른 생활 사나이 커쇼도 당연히 크게 사랑 받는다. 천재이자 억만장자이자 플레이보이이자 복지가인 토니 스타크(아이언맨)나 막대한 유산을 물려 받은 다이아몬드수저 브루스 웨인(배트맨)는 항상 사람들의 동경을 받는다. 하지만 진학을 고민하고 좋아하는 여자에게 고백을 하지 못해 가면을 써야 자신감이 생기는 '스파이더맨'의 피터 파커야 말로 전세계에서 가장 사랑 받는 슈퍼히어로 중 한 명이다.

'그 시절, 우리가 좋아했던 영화'는
1. 작품 선정 이유
2. 이 장면, 모르고 보지 마오
3. 영화 속 미친 존재감
의 순서로 구성됩니다.

스파이더맨을 실사 영화로 부활시킨 감독

스파이더맨은 1962년에 처음 등장해 50년 넘게 세계인들에게 꾸준하게 사랑을 받아온 슈퍼 히어로다. 주로 코믹북과 애니메이션으로 소개되던 스파이더맨 시리즈는 1977년 TV시리즈가 제작돼 약 2년 동안 방영됐다. 저작권 문제와 정교한 동작 구현의 어려움 때문에 차마 영화화가 이루어지지 못하던 스파이더맨 시리즈는 2002년 소니 픽처스에 의해 실사 영화가 제작됐다. 독이 든 성배와도 같았던 스파이더맨 실사판을 연출한 감독은 '이블데드' 시리즈로 유명한 샘 레이미 감독이었다.

컬트 영화의 명작으로 꼽히는 '이블 데드' 시리즈를 만들었다곤 하지만 레이미 감독이 '스파이더맨' 실사판 감독을 맡게 된다는 소식이 전해졌을 땐 우려의 목소리가 컸다. 실제로 제작사 측에서는 공포영화 전문 감독으로 여겨지던 레이미 감독을 후보군에도 넣지 않았었는데 스파이더맨의 열혈팬이었던 레이미 감독이 직접 제작사와 원작자 스탠 리를 설득했다고 한다. 결과적으로 당시 소니 픽처스의 선택은 그야말로 '신의 한수'가 됐다.

샘 레이미 감독에 의해 부활해 2002년 3월에 개봉한 '스파이더맨'은 북미에서만 4억300만 달러, 세계적으로는 8억2100만 달러의 흥행성적을 기록하며 초대박을 터트렸다. 특히 토비 맥과이어가 연기한 소심한 피터 파커 캐릭터에 전세계 관객들이 열광했고 이렇다 할 대표작이 없던 맥과이어는 연기 인생에 대반전을 맞았다. 한국에서는 월드컵을 한 달도 채 남겨 두지 않았던 5월3일에 개봉했지만 서울에서만 110만의 관객을 동원하며 월드컵의 영향을 전혀 받지 않았다.

1편을 만들 때부터 3부작으로 기획됐던 '스파이더맨'은 닥터 옥토퍼스가 나오는 2편이 7억8300만 달러(월드와이드 기준), 샌드맨과 베놈, 그리고 뉴 고블린이 등장한 3편이 8억9000만 달러의 흥행 성적을 기록했다. 특히 '스파이더맨2'는 좁은 길을 자유자재로 오가는 스파이더맨 특유의 현란한 움직임을 완벽하게 구현하며 아카데미 시각효과상을 수상했다. 스파이더맨 3부작이 세계적으로 벌어들인 흥행성적은 무려 24억9400만 달러에 이른다.

하지만 시리즈를 거듭할수록 제작사의 간섭이 심해졌고 결국 샘 레이미 감독은 4편 연출을 포기했다. 소니 픽처스에서는 '어메이징 스파이더맨'으로 시리즈를 리부트했지만 2편 만에 중단됐고 마블과 소니의 합의로 '스파이더맨'은 친정인 마블에서 부활하게 됐다. 이미 '캡틴 아메리카3 : 시빌워'를 통해 화려한 등장을 알린 스파이더맨은 2017년 7월에 새 시리즈를 개봉할 예정이다(히로인 캐릭터 메리제인이나 그웬 스테이시가 없는 건 아쉽지만 섹시해진 메이 숙모를 기대해 보자).

큰 힘에는 큰 책임이 따른다 - 양군
가난해도 가장 큰 사랑 받는 히어로

피터 파커(토비 맥과이어)는 내성적이다 못해 찌질하기 까지 한 미드타운 고등학교 학생이다. 공부는 잘 하지만 자신을 인정해 주는 친구는 해리(제임스 프랭코)뿐이고 어린 시절부터 짝사랑하던 메리제인(커스틴 던스트)은 덩치 크고 무식한 플래쉬와 사귄다. 그렇게 무기력한 학교생활을 이어가던 피터는 어느 날 유전자가 조작된 슈퍼거미에 물리면서 손에서 거미줄을 쏘고 벽을 기어오르고 위험을 본능적으로 감지하는 초감각까지 갖게 된다.

피터는 메리제인에게 잘 보이기 위해 중고차를 사기로 결심하지만 가난한 피터는 돈이 없다. 얼떨결에 생긴 초능력으로 은행을 털면 간단할 텐데 착한 피터는 미련하게 3000달러의 상금이 걸린 프로레슬링 대회에 출전한다. 하지만 대회가 끝난 후 자신이 그냥 보낸 강도에 의해 벤 삼촌이 살해 당하고 피터는 "큰 힘에는 큰 책임이 따른단다"는 벤 삼촌의 유언에 따라 뉴욕시민들을 돕는 히어로가 된다.

정체를 숨기고 영웅으로 사는 스파이더맨과 신무기 개발 경쟁에서 뒤처지고 세상에 앙심을 품은 그린 고블린(윌렘 데포)의 갈등이 '스파이더맨'의 핵심 내용이다. 하지만 관객들이 가장 열광한 장면은 역시 빗 속에서 위험에 빠진 메리제인을 구해준 후 스파이더맨과 메리제인이 나누는 '거꾸로 키스신'이다. 스파이더맨의 비밀을 지켜주기 위해 복면을 절반만 벗기고 키스를 하는 메리제인의 배려가 돋보인 이 장면은 MTV영화제에서 최고의 키스상을 수상했다(그런 상이 있다는 게 더 신기하다).

그린 고블린은 스파이더맨에게 동맹을 제안하는데 스파이더맨이 이를 거절하자 그린 고블린은 메리제인을 납치한다. 그리고 스파이더맨에게 시민들의 목숨과 메리제인 사이에서 잔인한 선택을 하게 만든다. 이 때 정의로운 뉴욕 시민들이 등장해 그린 고블린을 공격하면서 스파이더맨과 메리제인을 돕는다. 사실 유치하고 뜬금없는 장면이지만 스파이더맨을 향한 미국인들의 애정을 보여주는 상징적인 장면이다.

그린 고블린도 해치우고 자신을 향한 메리제인의 사랑도 확인했지만 피터는 메리제인에게 끝까지 자신의 정체를 밝히지 않는다. 스파이더맨의 애인으로 살아간다는 것이 얼마나 위험한 일인지 알기 때문이다. 결국 피터는 자신을 사랑한다는 메리제인의 고백에 "널 위해서 항상 네 옆에 있을 거야. 난 언제나 네 친구야"라는 말로 거절의 뜻을 전한다(그럴 거면 애초에 키스도 하지 말았어야지).

큰 힘에는 큰 책임이 따른다 - 양군
주인공보다 더 유명해진 주인공 친구

인기 프랜차이즈 영화에 출연한 배우들이 기대만큼 크게 성장하지 못한 경우를 종종 볼 수 있다. '스파이더맨'의 토비 맥과이어 역시 '스파이더맨'에 출연할 당시에 받았던 화려한 조명과 큰 기대치에 비하면 크게 성공했다고 보긴 힘들다. 대신 토비 맥과이어를 대신해 할리우드가 주목하는 배우로 크게 성장한 인물이 있다. 바로 그린 고블린의 아들이자 피터의 절친 해리 오스본을 연기한 제임스 프랭코다.

'스파이더맨'에서 해리는 우물쭈물하는 피터 대신 메리제인에게 접근해 메리제인과 시귀는데 성공한다. 하지만 얼마 못 가 메리제인이 스파이더맨에게 빠지는 바람에 스파이더맨 때문에 아버지 잃고 애인까지 잃는 불쌍한 신세가 된다. 아버지 장례식에서 스파이더맨에 대한 복수를 다짐한 해리는 3편에서 뉴 고블린이 돼 주인공 친구A에서 서브남주로 신분이 상승한다(사실 해리 입장에서는 '아버지의 원수' 스파이더맨에게 악감정을 갖는 것도 당연하다).

'스파이더맨' 시리즈로 주목 받은 프랭코는 2010년 '127시간'을 통해 아카데미를 포함한 7개 영화제에서 남우주연상 후보에 오르며 본격적으로 이름을 알렸다. 2011년에는 '혹성탈출-진화의 시작'에서 시저를 키우는 윌 로드만을 연기하기도 했다. 연기뿐 아니라 연출에도 재능이 있는 프랭코는 지금까지 10편이 넘는 영화에서 감독으로 활약했다. 내년에는 '헝거게임' 시리즈의 조쉬 허처슨이 출연하는 '더 롱 홈'에서 주연, 연출을 맡을 예정이다.

스파이더맨'의 초반 레슬링 장면에서는 올드 프로레슬링 팬들에게 너무도 유명한 '마초맨' 랜디 세비지가 등장한다. 헐크 호건이나 빅 보스맨 같은 거구들 사이에서는 다소 왜소해 보이는 체격이었지만 피터 파커 앞에서는 엄청난 거구를 자랑했다. 스파이더맨에게 체어샷을 날리며 주도권을 잡지만 결국 스파이더맨의 현란한 기술에 당해 패한다. 참고로 랜디 세비지는 2011년5월 운전 도중 갑자기 심장마비를 일으켜 교통사고로 사망했다.

- 100화 끝 -

작가 정보 양군작가정보보기 90년대에 학창시절을 보낸, 그리고 여전히 90년대 대중문화를 사랑한다. 직업은 따로 있으나 칼럼 쓰기와 블로그 활동이 더 재밌는 글쟁이. (YG와는 무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