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시절, 우리가 좋아했던 영화

101화 '다재다능' 김아중, 잠재력 폭발

by 양군

보이그룹 제국의 아이들 멤버이자 무한도전 식스맨 황광희는 현재 가장 왕성하게 활동하고 있는 20대 예능인 중 하나다. 하지만 황광희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단어는 제국의 아이들도, 무한도전도 아닌 '성형'이다. 황광희는 데뷔 전 자신의 성형 사실을 스스로 밝히며 '성형돌'임을 숨기지 않았고 이를 꾸준하게 개그 소재로 이용한다. 지금도 포털사이트에 검색해 보면 황광희의 성형 전 사진을 볼 수 있는데 지금과는 상당한 이질감이 느껴진다.

성형 고백에서 자유로워진 것은 여자 연예인들도 마찬가지. 물론 황광희처럼 대놓고 '성형돌'임을 자랑하는 여자 연예인은 드물지만 수술 사실을 애써 감추거나 부끄러워하는 시대는 지난 지 오래다. 오히려 연예인이라면 자신을 가꾸는 일에 소홀히 하지 않아야 한다며 성형 사실을 당당하게 고백해 박수를 받는 경우도 있다. 오죽하면 외모 콤플렉스를 가진 여성에게 성형을 시켜주는 TV프로그램까지 제작됐을까.

하지만 불과 얼마 전까지만 하더라도 연예인, 특히 여자 연예인들의 성형고백은 연예계에서 금기시되던 일이었다. 특히 이제 막 데뷔를 한 신인 가수가 데뷔 전에 성형을 했다는 사실이 알려지면 그 가수의 노래에 대한 진실성마저 의심받는 경우도 생긴다(그래서 한 때 '얼굴 없는 가수'가 유행하기도 했다). 신예 김아중이 다재다능한 재능을 뽐내며 일당백으로 활약한 영화 '미녀는 괴로워'는 성형으로 예뻐진 신인가수의 이야기를 그린 로맨틱 코미디다.

'그 시절, 우리가 좋아했던 영화'는
1. 작품 선정 이유
2. 이 장면, 모르고 보지 마오
3. 영화 속 미친 존재감
의 순서로 구성됩니다.

장르물에서 강세를 보이는 믿고 보는 여배우

지금은 어지간한 예능프로그램에서 모시기 힘든 스타가 됐지만 김아중이 대중들에게 주목 받은 계기는 바로 MBC의 예능프로그램 '심심풀이 - 러브서바이벌 두근두근'이었다. 당시 비, 현빈 등 톱스타들의 파트너로 매력을 발산했던 김아중은 KBS 드라마 '해신'에서 장보고의 호위무사를 연기한 후 영화 '광식이 동생 광태', 일일드라마 '별난 여자 별난 남자'에 잇따라 캐스팅되며 본격적으로 얼굴을 알렸다. 2005년에는 유재석, 탁재훈과 함께 '해피투게더 프렌즈'를 진행하기도 했다.

그렇게 착실히 배우로서 그리고 예능인으로서 커리어를 쌓아가던 김아중은 2006년 '오 브라더스'를 연출했던 김용화 감독의 신작에 캐스팅 제의를 받았다. 김아중의 경력에 단독주연은 반가운 일이지만 성형미인 역할이라 선뜻 나서기엔 망설여질 수 밖에 없었다. 그 동안 쌓아왔던 솔직하고 건강하고 때론 이지적인 이미지가 한 방에 사라질 수도 있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김아중은 '모험을 하지 않으면 발전도 기대할 수 없다'며 과감하게 출연을 결정했다.

결과적으로 김아중의 선택은 대성공이었다. 배우 김아중의 매력을 120% 끄집어낸 '미녀는 괴로워'는 2006년 연말에 개봉해 그 해 크리스마스 시즌을 집어 삼켰다. 약 4개월 가까이 장기 상영된 '미녀는 괴로워'는 전국 600만 관객을 돌파하며 흥행 대박을 터트렸다. 김아중은 '미녀는 괴로워'를 통해 대종상과 춘사영화제 여우주연상, 대한민국 영화대상, 황금촬영상 신인여우상을 수상하며 2000년대 중, 후반 최고의 라이징 스타로 떠올랐다.

'미녀는 괴로워' 이후 작품 활동이 뜸했던 김아중은 2009년 황정민과 함께 출연한 드라마 '그저 바라보다가'의 부진과 세금 문제에 연루되며 슬럼프에 빠지는 듯 했다. 하지만 2011년 '연기 본좌' 박신양의 성은(?)을 입은 드라마 '싸인'으로 재기에 성공했고 2012년 가벼운 로맨틱 코미디 '나의 P.S 파트너'로 180만 관객을 모은 데 이어 김래원과 함께 한 드라마 '펀치'까지 성공시키며 다시금 '아중불패'의 신화를 부활시키고 있다.

조인성, 정우성과 함께 한재림 감독의 신작 '더 킹'을 촬영한 김아중은 지난 6월22일부터 방송되고 있는 드라마 '원티드'에 출연하고 있다. 김아중은 '원티드'에서 납치된 아들을 찾기 위해 생방송 리얼리티쇼에서 범인이 요구하는 미션을 수행하는 톱배우 정혜인을 연기하고 있다. 그 동안 '싸인', '펀치' 등 스릴러 형식의 장르물에서 강세를 보였던 김아중은 '원티드'에서도 믿음직한 연기를 보여주고 있다.

'다재다능' 김아중, 잠재력 폭발 - -
600만 관객을 열광시킨 김아중의 열연

영화 '미녀는 괴로워'는 1997년에 일본 만화 잡지에 연재됐던 '칸나씨 대성공이에요'가 원작이다. 사실 영화와 만화는 주인공이 전신 성형을 통해 절세미녀로 환골탈태한다는 설정만 같을 뿐 이야기의 진행이나 정서는 상당히 다르다. 영화사에서는 훗날 표절 문제로 시끄러워 질 수 있어 일찌감치 판권을 구입했다고 한다. 원작팬이 영화를 보거나 영화팬이 원작만화를 본다면 부족한 개그나 약한 멜로 라인 때문에 의외로 실망할 수도 있다.

'미녀는 괴로워'의 스토리는 매우 단순 명쾌하다. 노래를 못하는 미녀가수 아미(지서윤)의 목소리 대역으로 활동하던 한나(김아중)는 자신을 알아주지 않는 짝사랑남 상준(주진모)의 무시에 큰 충격을 받고 전신성형을 감행한다. 상준은 당연히 예뻐진 한나를 알아보지 못하고 한나는 제니라는 이름의 신인가수로 데뷔를 하게 된다. 제니는 한나를 찾아 다니던 아미에 의해 정체가 발각되지만 콘서트장에서 자신이 성형미인임을 고백하고 대중들이 이를 이해하면서 영화는 해피엔딩으로 막을 내린다.

설정 자체가 비현실적이지만 한나만큼 이해가 안 되는 캐릭터는 주진모가 연기한 상준이다. 자칭 최고의 음반 제작자라는 사람이 키우는 가수라고는 대역이 없으면 무대에 설 수 없는 가수 아미뿐이다. 소속 가수 하나가 당장 음반을 낼 수 없으면 회사가 휘청거리면서 최고의 제작자라고 말하는 것부터가 어불성설이다. 그렇다고 아미가 영화 내에서 YG의 GD, JYP의 수지, FNC의 설현 같은 존재감이 있어 보이지도 않는다.

그럼에도 이 모든 이야기들을 자연스럽게 끌고 나갈 수 있었던 것은 역시 모든 걸 내려 놓은 김아중의 열연이 결정적이었다. 김아중은 갑작스럽게 예뻐진 자신의 외모에 적응하지 못하는 순수한 한나를 사랑스럽게 표현해냈다. 특히 상준이 제니의 스토커(박노식)에게 물리적 위협을 가하려 할 때는 "그 사람 발자국이라도 밟아보고 싶은 마음, 좋아한다고 당당히 나설 수 없는 마음을 당신이 알기나 하냐구요"라고 울분을 터트리는 명연기를 펼쳤다.

전신성형 후 가수로 데뷔하는 한나의 이야기를 다룬 영화답게 '미녀는 괴로워'는 OST에도 상당한 공을 들였다. 배우 데뷔 전 가수를 준비하기도 했던 김아중은 '마리아'를 비롯해 영화에 수록된 많은 노래를 직접 부르며 상당한 노래 실력을 뽐낸다(물론 전문가수가 아닌지라 기계의 힘을 살짝 빌렸다고 한다). 특히 발라드 명곡 '별'은 가수 유미가 부른 버전과 김아중이 부른 버전이 함께 들어 있는데 비교하며 듣는 재미가 쏠쏠하다.

'다재다능' 김아중, 잠재력 폭발 - -
외로운 한나 곁을 끝까지 지켜 준 친구

국내에도 최근 '응답하라', '신의 퀴즈', '로맨스가 필요해' 같은 시즌제 드라마가 케이블TV를 중심으로 조금씩 자리를 잡아가고 있다. 하지만 국내 시즌제 드라마의 선구자는 역시 tvN의 '막돼먹은 영애씨' 시리즈다. 2007년부터 작년까지 14개의 시즌을 끝낸 '막영애'는 올해 하반기 15번째 시즌에 들어갈 예정이다. '막영애'의 주인공은 언제나 출산드라로 유명한 개그우먼 출신의 배우 김현숙이었는데 그녀가 '막영애'에 출연하기 전 배우로서 가능성을 보였던 작품이 바로 '미녀는 괴로워'였다.

김현숙은 '미녀는 괴로워'에서 한나의 하나밖에 없는 친구 정민을 연기했다. 갑작스럽게 예뻐진 한나의 변화에 낯설어 하다가도 결국엔 끝까지 한나 곁을 지키는 의리 있는 친구다. 특히 파출소에 한나를 찾으러 왔을 때는 노숙자를 한나로 착각했다가 얼마나 밥을 굶겼냐며 경찰들을 나무라기도 했다. 하루 세 끼 꼬박꼬박 챙겨 먹는다는 경찰의 말에 "세 끼를 한 번에 먹여야죠. 보면 양을 몰라?"고 받아 치는 대사는 '미녀는 괴로워' 최고의 개그 포인트 중 하나.

19살 연하의 부인과 결혼하며 일약 '노총각들의 꿈과 희망'으로 떠오른 이한위는 한나를 수술해 주는 성형외과 의사를 연기했다. 한나에게 약점이 잡혀 어쩔 수 없이 무료수술을 해주지만 마음씨가 따뜻해 애프터 서비스도 확실하다("코만 다시 하자, 코만"). 초반에만 잠시 출연하고 사라지는 듯 하지만 후반부 한나가 상준과 다툰 후 손을 다쳤을 때도 치료해주고 콘서트장에 찾아와 남몰래 한나를 응원하기도 한다.

얼마 전 종영한 '또 오해영'에서 이진상을 연기하며 인기를 끌었던 김지석도 정민을 이용한 나쁜 남자로 출연해 김아중과 주진모에게 험한 꼴을 당한다. 이 밖에 상상밴드의 보컬 베니는 라이벌 기획사의 신인가수 핑크 역으로 출연해 짧은 분량 동안 발군의 발연기를 선보인다(다행히 '미녀는 괴로워' 이후엔 음악에만 집중하는 모양). 베니는 작년 9월 9살 연하의 배우 안용준과 결혼했는데 남편이 결혼 3개월 만에 현역으로 입대해 졸지에 고무신이 됐다.

- 101화 끝 -

작가 정보 양군작가정보보기 90년대에 학창시절을 보낸, 그리고 여전히 90년대 대중문화를 사랑한다. 직업은 따로 있으나 칼럼 쓰기와 블로그 활동이 더 재밌는 글쟁이. (YG와는 무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