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조의 소소한 동네책방 이야기

34화 혹시 모르니까

by 요조

책방을 오픈하고 한 달도 되지 않았을 때의 일이다. 지금은 기억 안 나는 어떤 책을 주문한 손님이 있었다. 자신이 곧 안나푸르나를 등반할 생각이라고, 그 전에 그 책을 읽고 싶다고 했다.

구해보겠다 호언장담을 했지만 검색해보니 책은 아주 오래전에 절판이 되어서 중고도서 조차도 찾기 힘든 상황이었다. 최후의 방법은 출판사로 직접 연락하는 것. 그런데 출판사조차 없어진 듯했다.

이리 저리 검색하다가 기적처럼 출판사 대표의 연락처가 적힌 블로그를 발견했다. 전화번호가 혹시 그 사이 바뀌었다거나 없는 번호라고 뜬다면 나로서는 이제 도리가 없는 상황이었다.

"여보세요."

"저, 혹시 ㅇㅇ 출판사 대표님이신지요."

"아.. 네, 그랬었지요."

성공이었다! 나는 사정을 설명하였다. 나는 종로의 어느 책방의 주인이고, 손님 중에 어떤 분이 이 책을 간절히 찾아, 이리저리 찾아보았지만 찾지 못해 결국 이렇게 연락을 드리게 되었다고.

"찾기 힘들 겁니다. 무척 오래전 책이니까요."

대표님의 목소리는 새삼 추억에 젖는 것도 같았다.

"혹시 선생님께 그 책의 재고가 좀 남아있습니까?"하고 물었다.

" 그 사무실에 불이 났었어서 상태가 엉망이라, 저도 가서 찾아봐야 알 수 있습니다."

그 대답을 듣고 나는 선뜻 말을 잇지 못했다. 적막을 깨고 대표님께서는 '찾아보겠다'고 하셨다. 

그 결단이 또 감사해서 한동안 말을 잇지 못했다. 그런데 가만 생각해보니 대표님께서 사무실에 가서 온전한 책이 있는지 찾아보고, 그 여부를 내가 확인하고, 혹시 다행스럽게 책이 있어서 내가 그 책을 받아, 내가 다시 그 책을 손님에게 보내주는 일련의 과정을
따져보자니 출국 날짜에 도저히 맞출 수 없을 것 같았다. 나는 대표님과 손님 모두에게 사정을 설명하고 연락처를 교환하여 서로 직접 해결할 수 있도록 하였다. 안타깝게도 그 일의 결말은 나도 모른다.

다만 중요한 주선을 이룬 것만으로도 나는 소기의 목적을 달성했다고 생각하고 있다. 그즈음에 또 다른 주문을 받았었다. 무라카미 하루키의 <상실의 시대> 초판본을 갖고 싶다는 주문이었다. 역시 구해보겠다고 호언장담을 했다. 나는 아직도 헌책방에 가서 그 책이 눈에 띄면 무조건 집어서 초판인지 아닌지 확인을 하는 버릇이 생겼다. 반년 넘게 하다 보니 자연스러운 일상이 된 것이다.

오늘 아침에도 예외는 아니었다. 동네 헌책방에서 책도 고르고 구경을 하다가 <상실의 시대>를 발견했고 또 나는 반사적으로 책을 집어 뒤쪽을 확인하고, 익숙한 낙담을 했다. 그런데, 문제가 생겼다.

주문한 사람이 누구인지 잊어버린 것이다.

누구에게 줘야 할지도 모르는 채로 나는 반년도 넘게 초판본을 찾고 있었다. 나는 홀로 조용하게 긴 허탈감을 음미했다. 그리고 결론을 내렸다. 혹시 모르니까 찾는 일을 멈출 수는 없다고.

혹시 모르니까

오늘로써 다음 스토리볼에 연재했던 책방무사의 이야기는 끝입니다. 그동안 별 볼 일 없는 책방의 일상과 넋두리를 읽어주신 독자분들에게 표현할 길 없는 감사를 드립니다.

언젠가 '상실의 시대'의 초판본을 꼭 구해서, 이 기쁜 소식을 여러분에게 전할 수 있게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그때까지 늘 무사하세요.

-책방무사에서 '요조' 드림

- 34화 끝 -

작가 정보 요조글 ∙ 사진작가정보보기 홍대 싱어송라이터 '요조'. 최근 동네책방 주인이라는 새로운 직업을 가진 그녀의 목소리는 꽤나 달달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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